나에게 세째 작은아버지는 흥연, 범연사촌의 부친(南자 珍?자)이시다. 내가 대여섯 일곱살 쯤 어렸을 때, 큰댁(사방터-길골길 35)과 소나무(또는 갈참나무)울타리 하나 사이로 나란히 터잡고 살았다. 가끔 어머니와 작은 어머니가 음식이나 반찬을 울너머로 주고받던 기억이 있다. 개와 닭들은 수시로 울타리 밑을 들락거렸지만, 작은댁 삶의 모습이 궁금했던 나는 대문을 나와 바깥마당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밭길을 돌아 작은댁에 가곤했다. 그때의 인상이 아련했던지 종종 꿈속에서 작은 댁을 찾는 길이 아슴프레 안개낀 가을 새벽 같았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울타리 옆에 디딜방앗간이 있었고 메주방아 찧을 때면 작은 어머니도 와서 돕던 기억, 방앗간 터진 벽을 너머 곧장 작은 댁으로 갈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지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