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세째 작은아버지는 흥연, 범연사촌의 부친(南자 珍?자)이시다. 내가 대여섯 일곱살 쯤 어렸을 때, 큰댁(사방터-길골길 35)과 소나무(또는 갈참나무)울타리 하나 사이로 나란히 터잡고 살았다. 가끔 어머니와 작은 어머니가 음식이나 반찬을 울너머로 주고받던 기억이 있다. 개와 닭들은 수시로 울타리 밑을 들락거렸지만, 작은댁 삶의 모습이 궁금했던 나는 대문을 나와 바깥마당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밭길을 돌아 작은댁에 가곤했다. 그때의 인상이 아련했던지 종종 꿈속에서 작은 댁을 찾는 길이 아슴프레 안개낀 가을 새벽 같았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울타리 옆에 디딜방앗간이 있었고 메주방아 찧을 때면 작은 어머니도 와서 돕던 기억, 방앗간 터진 벽을 너머 곧장 작은 댁으로 갈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지름길이 동화처럼 뇌리에 적혀 있다.
작은댁이 언제 허리원으로 이사했는모른다. 그 뒤로 집은 사라지고 텃밭이 되어 배추밭이나 콩밭 등으로 세월의 변천을 따라 지금은 큰댁의 창고가 세워져 있다. 작은 댁이 허리원으로 이사가지 전 한 가지 더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양덕원 명덕국민학교 가을 운동회가 있던 날이었다. 분명하지 않지만, 아마 흥연 사촌이 입학하기전 나이였을 것이다. 아니면 1학년이었을까? 흥연사촌에게 물어봐야 겠다. 운동회에 갔던 흥연사촌이 혼자 화전리 집으로 돌아오다가 갈림길에서 용문쪽으로 난 국도를 따라 가버린 것이다. 날은 어두워지고 혼비백산한 작은아버지와 어머니는 양덕원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할머니는 걱정 근심에 싸이고......어린 흥연사촌이 용두리까지(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용문까지 갔었나?) 하여튼 꽤 멀리도 갔던 흥연 사촌을 찾아 집으로 돌아온 사건은 한동안 떠들석한 사건이었다.
남진 작은아버지는 성격이 군대 체질(?)이어선지 일등중사(아니면 상사) 계급장을 달고 건들한 모습으로 군복무를 하셨다. 내가 군대갔을 때 휴가 나와 인사차 들르면, 작은아버지의 군대생활 무용담을 군복입은 시진과 더불어 듣곤 했다. 그런 작은아버지가 먼 길로 돌아가셨을 때, 재향군인회 주관으로 밴드 행렬을 따라 장례를 치루는 과정이 나름 대단했던 작은아버지의 생애를 돌아보게 했다. 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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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연,범연사촌........틀린 기억이나 문자에 대해 의견 주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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