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들의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화전풍양趙사촌회

사촌의 글

타임캡슐 고향 HOME IS A TIMECAPSULE

사촌들 2024. 11. 19. 10:13

고향은 밀봉 되지 않은 타임캡슐

오랜만에 돌아가 보면

들과 산에

시냇가 굽이굽이

신작로와 좁다란 솔길까지

저장 되어 있는 기억들이 솟아나온다

유튜브 동영상 같이

숏폼 화면처럼

싫증날 겨를 없이 재생된다

 

버들개지 꺾어들고 살얼음 디디던 이른 봄 개울이

물방뚱지 맑은 물에 발가벗은 몸뚱이 던져 넣는 여름을 건너

볏짚 낟가리 위에 올라 슈퍼맨처럼 뛰어내리던 가을  속으로

정강이 빠지는 마당의 눈을 굴려 눈사람 만들던 겨울이 하얗게

사륵사륵 갈나무 울타리 아래 어머니의 장독대에 쌓이는 밤이 꿈처럼 길던

고향의 사계절

 

윗마을 돌담너머 옥순이의 목소리가 꾀꼬리  날으고

까무잡잡 아이들 속에 백설공주 같은 복순이가 이사를 가고

개울 건너 마을 동갑내기 사촌이 어깨동무 유년시절이 푸르러

넷째 작은아버지의 콜록이던 단칸방 조선의 역사가 5백년을 지나던

삼촌의 삼베바지와  고모와 누나의 검정광목치마 펄럭이던

고향의 서사( 敍事)

 

초목아래 흙과 물에 묻혀 있어도

떠내려가지 않는다

돌아가서 곳곳 눈으로 클릭만 해도   

오류 한 번 없이 열리는 불변의 타임캡슐

 

그리울 때면 달려간다

열기도 전에 망막에 있던 기억의 잔해까지

각막으로 얼비쳐 나온다

눈이 시려 물기가 번지도록

어마어마한 용량이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