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들의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화전풍양趙사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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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사촌은 푸르다

2024 '화전풍양趙사촌회' 정기모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계절이 여왕의 푸른 옷자락을 닮아 들과 산을 휩쓸며 펄럭인다. 여왕이 부르면 달려갈 생명들이 생기발랄하다. 그 중에 우리의 사촌들은 풍양 趙 가계의 침엽수이며 활엽수이다. 기둥이 되어 각자 집안의 든든한 버팀목이다.대소사를 떠받치며 살아오는 동안 층층이 쌓인 희로애락이 가볍다 할까. 아무데나 털어 놓을 수 없는 사연들이 뒤산의 높이 만큼 높으리라. 한 핏줄의 사촌으로 모이면, 가슴 다 풀어 놓고 형이야 아우야 할 말 못할 말 종일 다 꺼내 놓을 수 있다.체면 차리지 않고 웃고 떠들 수 있다. 서로 흉을 잡아서 매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모이는 까닭이 더 있다. 우린 남이 아니니까.

메모장 2024.05.14

2024 사촌회 정기 모임

사촌회 총무(영준)로부터 모임 알림 문자가 왔습니다. 2024 정기 모임이 5월25일 토요일로 정해졌답니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석탄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성년의 날, 부부의날까지 몰려 있어 5월은 그야말로 '기념의 달' 입니다. 우리의 '화전풍양趙사촌회' 모임도 5월에 들었으니 기념의 달 한 편을 장식하는 기념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촌(四寸 cousin)입니다. 한 할아버지 할머니 슬하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대를 이렀고, 그 형제에게서 우리들이 태어나 장성한 사촌들입니다. 우리가 사촌형제내외인 것은 아버지 어머니가 친형제내외였다는 사실 때문에 인증이 됩니다. 인연이 아니라 혈연인 거죠. 우리가 모이는 것은 서로 부러워하거나 시기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서로 안부를 묻..

경사 2024.04.22

五月이 5면

스물 두 번째의 총선 잔치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과거(過去 the past)가 현재(現在 the present tense/now)를 긴장 시킨다. 풀잎으로 투표를 수행한 잡초에게 과거와 현재는 하나로 보이는데 풀잎으로 뽑힌 개나리꽃은 벌써 꽃잎을 지우고 이파리를 돋웠다. ~♩ 나리 나리 개나리....병아리 떼 쫑쫑쫑~♬~ 풀잎은 초원으로 돌아갔다. 공약(公約 pledge )이 빵빵 거리는 거리를 떠나 착실한 일상을 가꾸어야만 한다. 어느 위정자(爲政者)의 부탁이나 충고가 아닌 스스로의 정책 콘텐츠를 짊어지고 돌아가는 초원이다. 초원의 일상은 느슨하거나 평화롭다. 과거를 현재로 다루어야 하는 개나리는 내년 봄에도 긴장하는 과거로 필 것이다. 잔인하고도 뿌듯하며 슬프고도 신났던 4월이 가고, 5월이 5면..

메모장 2024.04.13

사촌이란?

봄이 올 때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이라면 트기 시작한 움을 만지는 훈풍이다 햇살이 거들어 함께 잎을 키우면 작년 겨울 주고받은 메일이 비치는 새 잎 사느라고 잠시 잊었을 때 고향 신작로의 갓길에 오똑 오똑 서 있는 여러 그루의 미루나무로 푸르러지면 훈풍에 나부끼는 고향의 유적(遺跡)이다 열심히 살고 있다며 010 전화라도 한 통 걸 때면 막걸리 한 잔에도 거나해지는 옛정 서글서글한 웃음에 함께 자란 유년 시절이 뒷산의 진달래 군락으로 흐드러지는 꽃이다 격조해서 면목없지만 만나면 그래도 마주 잡는 악수가 훈훈한 핏줄 "우리가 남이가!" 옛 건배사가 목소리를 높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메모장 2024.03.30

청와대 감상記

아래 기록은 개인적인 감상임.^^* 2024.3.2.현지에서 직접 찍은 청와대 전경 하얀 용마루와 내림마루 양쪽으로 나빌레라 푸른 지붕 아래 밝은 대리석 빛 모양의 서까래, 공포, 단청 그리고 기둥과 기단까지 백의의 아름다운 청와대 본관 앞에 섰을 때다. 웅혼한 북악산을 등지고 너른 금잔디 앞마당을 안고 서 있는 모습이 한 나라의 지세와 백성을 넉넉히 품어 다스릴 것 같은 자태였다. 안으로 들어가서 주단(朱丹)이 깔린 계단을 오르면 양쪽으로 집무실, 접견실, 초상화실 등등 여러 기능의 방들이 촘촘히 둘러 이 건물이 한 나라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 꼼꼼하고 세심하게 그 내면을 보여 주고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아늑하고 조용하면서도 비밀한 분위기를 안고 있었는데, 구석구석 돌아보면 볼수록 이 내용들이 어떻게 백..

포토로그 2024.03.05

고향은 폭설

연일 대설(大雪)이다. 눈이 많이 오면 리셉션 테이불이 부족하다. 편안히 앉아서 햇살을 나눠 마실 수가 없다. 맑은 하늘을 권하기가 어렵다. 벗어 놓은 순백의 아름다운 코트를 아늑한 구석에 놓인 옷걸이에 걸어 놓으려면 3~5명이면 알맞다. 무릎을 모으고 둘러앉은 그녀들에게 약간의 건기와 충분한 시간을 잔 가득 부어 줄 수 있다. 홀짝홀쩍 마시면서 내일은 맑을 것이라는 예측을 즐겨 나눌텐데 저렇게 몰려오면 보송보송한 방석마저 모자란다. 명랑한 남자들을 사이사이 합석시키기 어렵다. 그래도 우르르르 와야한다면 우수(雨水) 두어 명, 경칩(驚蟄)에 두어 명, 춘분(春分)에 약간 명 천천히 나눠서 오지. 그러면 나와 사촌 남자들이 환대를 해 줄 맘 ㅎㅎ 있다. 나 어렸을 적 고향의 적설량은 무릎까지 입질을 하면,..

메모장 2024.02.25

저무는 설 끝날

나를 고향으로 삼은 족속들이 다녀 가고 그 빈 곳을 지키는 소나무가 되어 독야청청(獨也靑靑) 할까 싶다가도 한 곳에 서 있는 나무가 되려거든 입춘 바람 견디는 강단이 첫째라고 덮석 봄이 달려온 듯 햇살 나르스름한 오후 갈대 흔들리는 강변에 나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그 아련한 기억 잔잔한 물결 위에 윤슬 실어 보내는데 뿌리 깊은 나무 한 그루 되어 고향이 된 타향에서 내가 영원한 고향으로 삼은 저 강원도 먼 골짝에서 부르는 향수 앞개울 여전히 졸졸 내 生의 유래(由來)가 흐르는 곳 설날이 서럽도록 가지 못한 나무의 숙명 그래, 누구에게 고향이 된다는 건 내가 삼은 고향을 아리랑 등지는 것 그 빈 기억의 주머니 속에 현재를 아리아리 채우는 것 다음 설에도 나는 까치가 앉는 한 그루의 나무로 서 있을 것..

메모장 2024.02.12

책 2권

시집 두 권 입니다 . 눈길을 걸으면 선명한 발자국이 남습니다. 눈이 녹으면 흔적없 이 사라집니다. 찍힌 발자국 사라지기 전 두 권의 책속에 담았습니다. 집 두어채...아니 두개의 소우주 입니다. 어떤 삶이 위대하고 보잘것 없다고 누가 판단하고 결정하나요? 누구도 간섭하지 않아야 하는 유일한 일회를 머물다 가는 삶의 여정입니다. 그리고 공 과의 흔적을 남기는 과정이 있을뿐입니다. 그게 우리의 삶이며 인생입니다. -------------------------------------------------------------------------------------------------- 겸손이 지나쳐 내것 보이기에 어색한 성품으로 침묵속에 숨겨뒀던 김천 형님(成衍)의 두권의 시집 입니다. 농익은 장맛이 깊..

사촌의 글 2024.02.09

갑진년甲辰年 설 전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노래가 절로 나오는 갑진년 설 전날. 민족 대이동 어쩌구 설레는 마음 설레는 설이지만, 아리고 쓰리고 서러운 '아리 아리 설' 도 곳곳 있을 것이라는 생각 지워지지 않는다. 어원을 따지면 그야말로 설說說說 말꼬리가 길어지는데, 내 마음엔 서럽게 들리는 설....아리고 쓰리고 아리랑 같은 설로 다가온다. 소식 격조했던 부모형제 우르르 모여 와글버글 뜻하지 않은 즐거움에 낯선 순간도 끼어 있을 것이다. 아직 음력의 달(月)이 둥글기 전이어서 대보름 전날까지는 입춘 추위의 찬바람이 오슬오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족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이 환할 것이고, 모이지 않는 빈 가족의 공간에 잔설만 깔려 있기도 할 것이다. 산모롱이 돌아가는 눈 덮인 어스름 에움길을 돌아드는 고향집 ..

메모장 2024.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