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들의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화전풍양趙사촌회

사촌 모임의 추억 16

그 해 마지막이던 모임

2019년 5월25일. 산들에 막 신록이 번지고 있었다. 날씨는 온후하고 하나 둘 사방터(길골길 35) 종가집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사촌들의 마음도 훈훈하다 못해 조금 더웠다. 누구나 도착하면 먼저 수인사를 나누고, 술과 안주, 그리고 밥으로 이 년만에 만나는 반가움을 마시고 먹었다. 모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된 작은아버지 두 분과 작은어머니 세 분을 모시고, 형수님 제수씨, 형님 아우....사촌의 핏줄이 모여 화전천(花田川)물굽이로 흘렀다. 수천 년 있어온 화전리(花田里) 골짜기가 유구(悠久)하고, 조상 대대로 젖줄처럼 흐르는 화전천이 졸졸졸 노래하듯 한 핏줄로 흘러온 사촌들의 마음이 흐르고 있었다. 누구가 이 물결을 멈추랴! 막으랴! 노래하고 춤추며 홍천강(洪川江)까지 흘러갈 기세였다. 사촌의 맏형인 ..

향수-정지용 詩

향수 시/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좁던 곳, 그것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

5월이 오면

봄사월이 고개를 넘는다. 44번 국도 따라 홍천쪽으로 신당고개를 넘으면 양덕원이 나온다. 거기서 서쪽 골짜기로 494번 지방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산을 끼고 들어가면, 사철 꽃밭인 화전리(花田里)가 나온다. 눈을 감고도 찾아 갈 수 있는 타향살이 모든 사촌들의 고향 화전2리, 한서로 26길부터 1293길 넘어가는 고향길. 꿈에서도 곧장 찾아갈 수 있는 모든 사촌의 향수가 화전천(花田川) 물길 따라 흐르는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시인의 '향수' 한 구절 같은 곳. 5월이 다가오는데..며느리고개, 자작고개 넘어 소리없이 올텐데, 작년 재작년 모이지 못한 사촌들도 소리없이 고개넘어 모이려나. 소식조차 닿지 않고, 날짜만 봄이 오고 4월이 오고 5월이 다가온다. 코로나 오미크론, 스텔스 오미크론, XE변이까지..

그 날의 한 장면

5월의 신록은 흥겨웠다. 맑은 바람은 가끔 마당을 지날 때, 사촌들의 얼굴과 귀밑을 스쳐갔다. 차양막 친 그늘 아래 색스폰을 부는 사촌은 바람이 지나가는 줄 알았을까. 키보드 건반을 두드리는 사촌의 시선은 프론트 모니터에 머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흥겨운 사촌의 너울춤은 5월의 푸른 날개를 달고 있었다. 우리는 왜 모여서 연주를 하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일까. "묻지 마세요. 삶은 움직이는 거니까요." "우리의 삶에 가락이 있다면, 색스폰을 부세요. 즐거움의 리듬이 하낫, 둘, 셋 4/3박자 아니겠습니까?" 키보드 건반 위에 콩나물 무침 한 젓가락 얹어 봅니다. 어머니의 손맛, 형수님 제수씨의 손맛이 우러나옵니다. 작은 어머님이 박수를 치시는 건 무슨 까닭일까요. 내 자식의 핏줄들이 모여..

흥연사촌 집에서의 모임

2017년 5월27일. 그 날도 봄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그 봄을 따라 시촌회 모임도 어김없이 열렸다. 백양치 흥연사촌(남진 작은아버지의 장남)의 집 마당에 봄은 이미 와 있었고, 사촌 선발대가 사전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범연(남진 작은아버지의 차남) 사촌의 색스폰 연주가 울려 퍼지고, 얼마 후 하나 둘 사촌의 가족들이 당도했다. 핏줄이란 서로 얼굴을 대할 때 미소가 먼저 번진다. 손을 잡을 때 피부를 건너 닿는 핏줄의 따스함이 만발하는 봄의 꽃, 그 촉감이 전해져 온다. 마주앉아 음식을 권하는 목소리에 참기름 향기가 풍긴다. '위하여!' 부딪는 술잔에 삶의 시름 타서 마시면, 사방에서 다가오는 봄 기운이 상쾌하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친근(親近)과 다정(多情)이 수북이 쌓인다. 하루 종일 먹고 마셔..

이 화면 언제 다시 재생할까

'화전풍양趙사촌회모임',,,,,,우리가 이 날 만큼 얼굴이 5월의 하늘 같았던 날이 있었을까? 아주 드물었어거나 아예 없던 어느 해 어느 달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5월의 철쭉 같은 웃음을 보려고, 혹은 막 피기 시작한 찔레꽃 같은 미소를 보려고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 왔을지도 모른다. 뒷산 숲을 나는 까치의 지저귐처럼 화끈하고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들으며 쌓였던 삶의 무게를 훌렁 벗어 버리고, 웃고 외치며 우리가 생생히 살아 있음을 느끼려고....아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모인 게 아니었을까. 말 한 마디 외침 하나 허튼 웃음 소리 하나에까지 즐거움과 흥겨움이 넘치고 있었다. 이런 장면은 다시 더 다시 재생 되어야 할 의무 같기도 하다.

뒷모습과 앞모습

우리의 뒷모습에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말들이 어려 있다. 아무리 많은 말을 한다해도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다. 말을 하면 좋은 기분이 있고, 때로는 언짢아지기도 하지만 뒷모습에 서려 있는 말은 어떤 기분에 상관없이 잔잔하고 조용하고 절실하다. 말은 마주 보고 하는 언어의 대면성(對面性) 효과가 대부분이지만, 비대면(非面性) 상황이 주류가 된 작금의 세상에서 언어의 익명성(匿名性)이나 말의 현장성(現場性)은 상충 되면서도 익명성이 더 실용적인 면을 차지한다.저 뒷모습에서 짐작되는 말의 진정(眞情)과 상호작용이 가슴 아릿하면서도 흐믓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서로 다른 출신과 이름으로 만나서 가족이 되고, 집안이 되며 친척이 된 인연 속에서 끈끈히 맺어져온 정다움 때문일까. 앞모습에서 오순도순 친밀..

2019년 설날

보고 있으면 눈에 익은 얼굴들 짠~하게 다가온다. 저 때만해도 푸릇하고 화사하기조차 했다. 시간 흘러 세월을 건너 어느덧 삶의 길섶에서 지나는 바람결에 뼈를 울리는 회심곡(回心曲)을 듣는다. 삶은(인생은) 저리도 빠르게 격리 되어가는데 추억은 색깔조차 변함없이 인생길의 한가운데서 저벅저벅 걷고 있다. 저대로만 걸을 수 있다면..............하늘 끝까지 걸을 수 있기를.......2022 임인년 설날 기원해 본다. 희연사촌이 촬영한 기록 영상은 사방터 큰댁 차례를 지내고, 둘째 작은댁 효현사촌의 차례 지내는 광경을 거쳐, 세째 작은댁 흥연사촌의 집 차례지내는 모습을 담았다. 음복 장면에서부터 떡국을 나누는 광경, 차례를 시작하기 전이나 마친 후 마당을 서성이는 풍경까지 세세히 촬영 기록했다. 짐작..

흥겨움의 시작

한 데 모이면 맨 앞과 맨 뒤의 계보가 한 눈에 든다. 어른과 아이, 손위와 손아래가 일목요연하게 눈 안에 든다. 앞에는 형 뒤에는 아우가 한 데 어우러진다. 순서가 있고 차례가 있지만, 흥겨움에는 차례가 없다. 즐기는 데에는 순서가 없다. 상연사촌을 사촌의 막내로 하면, 지연(영준)사촌은 그 앞의 막내가 된다. 남필-은자 작은아버지 내외의 막내로 드론을 잘 띄우는 사촌, '청춘 플랫폼'의 사촌 소설을 연재하던 다재다능한 사촌이다. 오늘 모임의 마이크를 잡고 *연희 제수씨와 함께 흥겨움의 시작에 앞장을 선다. 동영상을 찍는 범연사촌, 맏형수의 자리에서 손위 동서로서 어떻게 손아래 사촌들을 바라보아야하는지를 설파하는 *순덕사촌형수님. 흥겨움에 추임새를 넣는 희연사촌의 목소리와 함께 박수를 치는 모든 사촌의..

추억의 동영상 4-풍악을 울려라!

사촌 집안 어른들이 다 모였다. 효연사촌 어머니, 흥연사촌 어머니, 재연사촌 어머니, 백연사촌 어머니 그리고 못 오신 철연사촌 어머니. 또 바깥어른 남필 작은아버지, 남시작은아버지 호섭매형, 맏형 종연사촌, 맏동서 순덕사촌 형수도 보인다. 사촌의 계보(系譜)가 한눈에 든다. 세월 따라 다음 세상으로 떠나신 분들과 이어져 생존해 계신다. 현재의 어른이 되어 사촌의 계보를 튼튼히 이루고, 사촌들저마다 삶의, 인생의 처음과 현재를 조명하신다. 우리들이 어떻게 와서 어떻게 현재를 살아내며, 어떻게 미래를 향해 살아가야 할지 삶의 이정표가 되는 분들이다. 인생길의 신호등 같이 우리가 삶의 건널목을 건널 때마다 붉게 혹은 푸르게 기꺼운 눈빛으로 방향을 알려 준다. 잘못 길들지 않게 지켜 서 계신다. 사촌 모임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