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들의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화전풍양趙사촌회

사촌의 글

고구마 향수

사촌들 2023. 1. 15. 14:28

고구마

겨울나그네  희연60 2022. 8. 1. 09:28

지난 해에 수확한 고구마가 아직도 베란다 아이스박스에 있다. 

어느날 박스를 열어보니 고구마에 싹이 돋아나 있었다. 자연 생태계의 흐름이리라

때가 되면 싹을 틔우고 번식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초자연적인 고구마의 생명력이겠다. 

 

싹을 뜯어서 용기에 놓고 물을 채워 넣으니 며칠 지나자 무성하게 푸른잎이 솟아올랐다. 옛날 고향 홍천에선 저렇게 물에서 뿌리를 내려 밭에 이모작을 하면 여름내내 줄기를 키우며 땅에는 튼실한 고구마를 품곤 했다. 지금은 아예 농협공판장에서 모종을 구매해서 심는다고 한다. 번거로운 수고를 덜고 제 때에 심을 수 있는 현실에 맞는 아웃소싱의 농삿법이겠다. 

 

고향집에서 부르던 지척에 있는 밭, 우물둥지 비탈에 늘 고구마를 심곤 했다. 오랜 수령의 잣나무가 굽어보는 비탈 언덕이 해마다 고랑을 내고 심었던 고구마 경작지였다. 고구마 밭은 해갈이 하지 않아도 항상 풍성하게 결실을 거두곤 했다. 퇴비나 여타 거름을 특별히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고구마는 구황작물로 최고로 꼽는다.  

 

고구마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쌀보다 높다고 한다. 

단순 비교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하다면 양적인 면에서 관심 기울일만한 작물이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 쌀 등등 사람이 먹고 사는데 반드시 필요한 식량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미래 식량 작물 또는 대체 에너지 원으로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고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200여년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산업화한 현대 사회의 심각한 환경 파괴와 식량 생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인류 생존의 필요한 에너지를 근본적 패러다임 재설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연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일생을 보내는 방법을 다시금 과거의 농업에서 찾으며 농작물 생산 방식을 혁신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재설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고구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채소중에 하나였고 어린시절 간식으로 최고의

식품이었다. 고향 홍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딱히 인스턴트 식품을 감히 간식으로 사먹을만큼 넉넉한 경제적이지 못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여튼 고구마는 초가을 무렵 밭에서 캐어 서늘한 웃방에 쑥대발을 치고 그 안에 넣어 보관을 했다. 출출할 때면 고구마 한 개 꺼내서 묻은 흙을 대충 털어내고 이빨로 껍질을 벗겨 날것으로 먹곤 했다.

 

밥을 지을 때 같이 넣으면 밥맛도 좋고 밭에 나가 일하다 새참 용으로 든든하게 해결하는 간식꺼리로 충분 했다. 고구마의 맛을 지금도 잊지 않고 즐겨 먹는다.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해서 같은 생각과 음식 선호도 같지는 않다. 나는 어려서 먹던 음식 채소를 지금도 즐겨 찾는다. 그렇지만 어려서 먹던 것들은 질리게 먹어서 지금은 아예 거들떠 보지 않는 동년배들도 있다. 신물이 날만큼 먹었으니 거부감이 들어서 트라우마로 작용했을법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서 부터 끼니마다 먹던 익숙하다는 것은 훨씬 자연스럽고 체내에서 소화하는데 새로운 것보다는 부담이 없지 않을까 싶다. 생각과 의식의 차이 척박한 시절에 음식에 대한 스트레스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게 인식되는 결과가 아닐까 싶다.   

 

휴일을 맞아 아이스박스에 넣어 두었던 고구마를 꺼내어 에어플라이어에 넣어 구웠다. 홍천 남면 유치리에 귀농을 하셔 농사를 짓는 셋째 형님께서 고구마 농사를 지어 보내주신 선물이다. 피를 나눈 형제라는 명분 덕에 풍족하지 않지만 늘 나눔을 주시는 형님에게 감사를 느낀다. 형님 덕분에 유년시절의 기호품을 풀한포기 자라지 않은 서울 도심에서 맛보고 있는 셈이다. 

 

어느날 문득 소리없이 어둔 박스 안에서 자라는 새싹을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꼈다. 옛 시절을 생각하며 고구마 눈에서 자라는 새순을 뜯어서 수조에 넣고 쑥쑥 자라는 푸른 고구마 잎을 보면서 문득 상념에 잠겼다. 무관심에서 문득 스쳐가는 찰라 관심을 기울여 보는 행위가 쏠쏠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소소한 행위 예술이겠다. 

 

생명력을 가진 자연의 모든 것들은 어느 곳에서든 머문 자리에서 척박한 환경에 구애받지 않으며 번식을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솟아나려고 무진 애를 쓰는 그 싹을 뜯어내어 정성스럽게 환경을 바꿔주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모습을 보면서 반목과 갈등 번민에 휩싸인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참으로 못났다 라고 판단하며 회한의 삶을 반추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촌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한 채의 책 한 권  (2) 2024.01.14
판단  (1) 2023.02.16
평생 직업  (1) 2023.01.05
단상 2  (1) 2022.12.09
개인의 이기와 권리  (1) 202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