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기억 하나쯤 절절해야 한다. 마음에 저장된 뜨거운 파일 하나 없이 고향을 찾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가슴에 사무치는 원한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향은 따뜻한 가슴으로 맞이하거나 손사래라도 칠 것이다. 이젠 무조건 손잡아주는 고향이 아니다. 하다 못해 '고향사랑기부제' 하나라도 실행했어야 한다 고향의 돌멩이 하나, 나무 한 그루, 고향집 처마 밑의 아슴프레한 그늘 한자락 가슴 속에 남아 있어야 고향을 찾는 면이 선다. 논두렁 따라 흐르는 도랑물 소리 기억한다면 더 좋은 경우다. 텃밭의 고추나무나 옥수수, 콩나무 우거진 기억이 있다면 더더욱 좋은 구실이다. 만약 어느 한 사람 오랜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정(情)이 있다면 그 보다 좋은 경우는 없을 듯하다. 고향의 사물들이 애틋하기는..